대통령제 국가에서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의회에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을 때 여러 당과 같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한국의 경우 국민의회와 자민련이 단일 대통령후보를 내세웠고, 브라질의 경우는 PSDB, PFL, PMDB가 공동여당을 하고 있다. 3권 분립주의를 택하고 있는 한국이나 브라질은 의회의 협조 없이는 행정부가 국정을 운영하기가 어렵다. 행정부의 정책이 의회를 통해 입법화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회를 장악하기 위해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립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연립여당의 다양한 의견을 어떻게 수렴하여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 하는 것이다.

이일은 궁극적으로는 정권의 구심점인 대통령의 지도력을 기반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단일여당보다 더 강력한 리더쉽과 카리스마를 필요로 한다. 꼭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그게 그렇다. 정치적 필요성 때문에 내각의 자리도 여당끼리 안배한다. 정당들이 여당에 참여하는 이유는 정권을 운영하기 위함이니 내각에 참여는 당연한 권리인 셈이다. 브라질의 경우 PSDB 5, PFL 4, PMDB 3로 자리배정이 합의되어 있다.

까르도조 대통령은 연임을 위한 연방헌법의 개정, 대통령선거, IMF 위기 등으로 2년에 가까운 엄청나게 소중한 시간들을 소비했다. 이를 위해 연립정당들의 주장을 이것저것 들어주었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그 때마다 대통령은 국민앞에 나서서 ‘나를 믿고 따르라’ 는 설득조의 연설을 하곤 했다. 이에 식상한 언론과 여론이 연방정부에 상당히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원래 해서는 안될 것 ? 헌법개정을 통한 연임 ? 을 했기 때문에 그의 정치적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던 것이다.

대통령의 리더쉽과 카리스마에 금이 가자 여당을 구성한 정당간에 세력다툼을 위한 싸움이 시작되었다. 겉으로는 ‘성장론자’ 와 ‘안정론자’ 간의 싸움처럼 보였으나 대통령의 지도력을 테스트하는 정치위기였던 것이다. PSDB는 대통령이 자신들의 밥그릇 조차 지키지 못한다고 투정했고 PFL과 PMDB는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대치양상을 보였다.

지난 7월 16일 개각은 까르도조 대통령의 2기 내각 구성 겸 정치적 위기를 타결하기 위한 조치였던 것이다. 당조정역을 제대로 수행 못했던 끌로비스 까르발류 (PSDB) 대통령 민정보좌관 (장관급) 을 개발상공부장관으로 보내고 예산부 장관이었던 뻬드로 빠렌찌 를 그 옆으로 불러들였다. 또한, PSDB와 알력이 있었던 헤난 깔레이루스 법무부장관을 조제 까를루스 디아스로 교체했다. 전체 24개 장관중 PSDB 5, PFL 4, PMDB 3, PPB 2, 그리고 무소속 전문인 10명으로 채웠다.

앞으로 정당간 조정역할을 할 대통령 정무비서관에 발넓은 알로이지오 누네스 페레이라 (PSDB) 를 발탁했다. 뻬드로 말란 재무부 장관과 람쁘레이아 외무부 장관에 대한 신임은 여전하다. 경제정책과 외교정책은 전문가의 손으로 일관성있게 맡기겠다는 것이다. 뻬드로 말란 재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조세제도, 노동제도, 사회복지제도, 예산운영책임법의 의회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즉, 헤알플랜의 최종목표인 제도.구조조정을 통한 경제안정의 달성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안정론자와 성장론자의 싸움에서 안정론자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개각의 내용은 성장론에도 어느 정도 무게를 주고 있다. 개발상공부 장관과 대통령민정보좌관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들이 투자개발정책인 다년도투자계획(PPA) 과 무역확대정책을 추진할 인물들이다. 이들은 재무부 장관과 손발이 맞는 인물들이니 까르도조 집권2기는 무역확대, 지역의 균형적 발전, 국내외 자본유치를 통한 인프라스트럭쳐의 지속적 투자에 초점이 맞추어질 것이다. 따라서 한국기업들로서는 이러한 정부정책과 핵심추진인물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무역.투자전략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집권2기 6개월만에 단행한 이번 개각은 정당적인 안배보다는 정책이행을 위한 책임의 견지에서 장관들을 선임했다고 대통령은 말했다. 정말, 정치적 안배와 정책집행간에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인 셀소 라페르(개발상공부) 와 브레세르 뻬레이라 (과학기술부) 를 내보내면서 까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장관들, 대통령에 충성을 할 수 있는 장관들, 정당간 화합을 이끌 수 있는 장관들로 내각을 구성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과 책임감을 국민에게 과시하기 위해 생방송으로 국민에게 개각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언론과 여론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했다. 연임을 위한 헌법개정이라는 오점을 남기고 그로 인해 2년이라는 경제희생을 강요한 대통령으로서 IMF위기로 실추한 권위와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헌법개정으로 도덕적 권위를 잃었고 IMF위기로 정치적 권위도 잃어버린 것이다. 대통령제의 연립정부에서 이 모두를 다시 회복한다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만큼 대통령제의 연립정부는 그 자체로 국민을 불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