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유교전통의 영향으로 사회전반 생활곳곳에 다양한 형태의 예절이 형성되어 있다. 술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술 예절이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이를 우리 어른들은 고상한 술 문화 또는 아름다운 술 풍속이라 했다. 술은 양면성이 있다. 적당하게 마시면 즐겁고 과음하면 괴롭다. 조상들은 이를 경계하여 술마시는 예절뿐만 아니라 술그릇까지 특별한 대우를 했었다. 위험한 만치 잘 다루야 한다는 것이다.

유교전통에서 논하는 음주 예절이 향음주례(鄕飮酒禮)였다. 향교나 서원에서 교과 과목으로 가르치게 했던 6예 (禮) (관,혼,상,제,상견,향음주; 冠, 婚, 喪, 祭, 相見, 鄕飮酒) 가운데 하나로, 음식공양과 음주하는 예의절차를 교육하는 것이었다. 술마시는 것이 이정도면 왠만한 사람들은 주눅이 들어 술을 제대로 마실 수 있었겠는가.

대부분 경험했겠지만 술은 적당히 마시면 기분을 흥하게 하고 지나치면 이성을 마비시켜 자제력을 잃게 한다. 인간을 짐승과 구별시켜주는 것이 이성이라 했으니 술은 인간을 짐승으로 만들 수 있는 묘약인 것이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는 서로 주량의 한계를 알아야 한다. 술은 귀한 것이기 때문에 귀한 사람 그리고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권했다. 그래서 제사할 때 술을 바쳤고 미성년자에게 술을 주지 않았으며 가급적이면 여성에게 술을 권하지 않았다. 즉, 술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숙한 인격자로 대접받는다는 것이다.

정말 술을 제대로 마시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다. 술자리에서 자신의 성격, 습관, 인격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과거와 같은 예절을 다 지키자는 말이 아니다. 다만, 과거 향음주례의 전통중 아직도 지킬만한 것은 지키자는 것이다. 그래야 술자리가 편하고 즐겁기 때문이다.

첫째, 술좌석은 사교의 자리이며 그 행위는 예절이다. 사교나 예절은 상대적이다. 즉, 상대방을 생각하여 조심스럽게 행동해야 한다. 술자리에서 술만 마시는 것은 비사교적이고 예절없는 행위이다. 상대를 불안하게 하고 술맛 떨어지게 하는 행동이다.

둘째, 술과 음식은 서로 합의하여 가급적 보편적인 것을 시켜야 한다. 사람을 초대하여 내주는 술상은 특별한 안주를 낼 생각이면 만일을 생각하여 보편적인 음식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술안주는 반드시 자기접시에다 덜어서 먹어야 한다.

셋째, 상대방에게 술을 강청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삼세번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이것도 사회예절인 것이다. 처음 권하는 것을 예청(禮請)이라고 하고 이에 대한 거절을 예사(禮辭)라 한다. 두 번째 권하는 것을 고청(固請)이라 하고 이를 사양하면 고사(固辭)라고 한다. 세번째 청하는 것을 강청(强請)이라 하며 이것까지 거절하면 종사(終辭)라고 한다. 그 이상 권하면 서로를 모욕하는 것이다. 그래서 강청까지 해서는 안되고 가급적 고청에서 끝나야 하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그 이상 강요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가급적 두 번정도 권하면 상대방을 생각하여 거절을 안하는 것이 좋다.

넷째, 술잔을 돌릴 경우에는 (과거예절에는 술잔은 반드시 돌려야 했으나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본다.) 옆에 물그릇을 두어 잔을 씻어 수건이나 휴지에 말려서 돌려야 한다. 그러나 요즘처럼 간염 A,B,C가 도는 판국에 잔을 돌린다는 말은 범죄행위는 아닐지 모르겠다. 그래서 만일 술좌석에서 잔을 돌리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면 필자생각에는 적당하게 (양주나 소주처럼 독한 술은) 2번 정도까지 돌리고 순한 술은 3번 정도까지 돌리며 그 이후부터는 자기 술을 따라마시는 것이 좋다고 본다. 옛날에는 7잔이상을 돌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섯째, 2차 3차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우리는 1차를 마시면 2차 3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를 답례라 한다. 술마시는 것은 예절이니 예절은 오고가는 것이기 때문에 답례를 해야 한다. 그런데 답례는 과거에는 즉흥적으로 하지 않고 나중에 천천히 갚았었다. 그래서 사실 2차 3차하는 것은 경박한 행동이다. 물론, 현대에 와서 이러한 의미는 사라졌지만 술좌석이 사교적인 것이라 한다면 나중의 만남을 위해 바로 안 갚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술자리에서 말없이 혼자서 술만 마신다거나 혼자서만 말한다거나 술을 남에게 강권한다거나 지나치게 술잔을 돌린다거나 먼저 술에 취한다거나 술로 근심걱정을 잊으려 하는 사람들은 같이 술을 마시기가 곤란한 사람들이다.